전문가들은 지금이 문화적으로 "한국형 제3세대 커피 전문점"의 시대에 있다고 말합니다. 혹시 1990년대의 난다랑이나 자뎅 커피 또는 도토루란 커피 전문점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이들은 소위 '제2세대'라 일컫는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가 들어오기 전, 미국식 드립 커피 문화를 선도한 '제1세대 커피 전문점'들의 이름입니다. 저에게 브라질 산토스 커피는 그런 '1세대 커피 전문점'시대부터 익숙한 명칭입니다. 종전의 답답하고 어둑한 커피숍 분위기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밝은 느낌의 신식 카페....서구식 스탠딩 의자에 앉아 자주 마시던 커피가 바로 '브라질 산토스'였습니다. 오직 쓰디 쓰기만한 원두 커피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에 아마도 그 중립적이고 부드러운 맛이 취향에 맞았나 봅니다. 이렇듯 개인적으로도 역사가 있는 브라질 산토스 커피에 대해서 문득 알아 보고 싶네요. 아시다시피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국으로 유명하며, 브라질 산토스 커피는 브라질의 대표 커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커피 원두 중 하나입니다. 산토스 커피는 주로 아라비카 품종으로, 특히 '버본 산토스(Bourbon Santos)'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커피는 부드러운 맛과 풍부한 향으로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1. 브라질 산토스 커피의 역사
브라질의 커피는 18세기 프랑스 식민지였던 기아나를 통해 처음 유입된 이래, 18세기 후반부터 재배되었습니다. 19세기에 들어서 포르투갈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이후 커피 생산량이 급증하며 커피 산업은 브라질 경제의 중심 산업이 되었습니다. 당시 브라질은 세계 커피의 70%를 생산했으며, 이러한 커피의 수출은 산토스 항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따라서 산토스 커피라 불리우게 됐습니다. 예맨의 모카항이 커피 수출의 중심 항구가 되어 예맨 커피에 모카라는 별칭이 붙는 것처럼 산토스 항 중심의 브라질은 산토스 커피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브라질 동남부 지역은 연중 일정한 기온과 건조한 기후 덕분에 커피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며, 이곳에서 많은 커피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2. 산토스 커피의 재배 조건
(1) 기후 및 재배 조건
브라질 커피는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성 토양의 남동부 고지대 (해발 약 800~1,200미터)에서 재배되며, 이러한 조건은 커피 열매가 서서히 익도록 만들어 그 풍미와 향이 더 깊어지게 합니다. 연평균 기온은 18도에서 23도 사이로 커피 재배에 완벽한 조건을 제공해 줍니다. 그리고 일정한 강수량과 뚜렸한 건기와 우기는 커피 열매를 자연 건조하기에 적합한 여건을 만들어 줍니다.
(2) 주요 생산 지역
산토스 커피는 주로 브라질 남동부의 고자대에서 생산됩니다.
① 미나스제라이스는 브라질 최대의 커피 생산지로, 고도가 높고 강수량이 일정하고 적당하여 이곳의 커피는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② 상파울루는 브라질 최대 항구 산토스를 품고 있어 브라질 커피 산업의 중심지이며 산토스 커피의 발상지입니다.
③ 에스피리투산토는 고지대로서 아라비카 커피 생산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④파라나는 더 서늘한 기후를 특징으로 하여 유기농 커피를 재배하며 독특한 커피 맛을 제공합니다.
3. 브라질 산토스 커피의 특징
브라질 산토스 커피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주로 낮은 산미와 초콜릿과 견과류 같은 단맛, 적절한 바디가 장점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피 중 하나입니다.
(1) 맛과 향 프로파일
① 산미: 낮거나 중간이며 부드러운 신맛.
② 바디: 중간의 바디감과 적당한 무게감.
③ 단맛: 고소하고 카라멜 같은 자연스러운 단맛.
④ 후미: 초콜릿과 고소한 향이 남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의 여운.
(2) 가공 방식
브라질 산토스 커피는 주로 내추럴 또는 펄프드 내추럴 방식(허니 프로세스)으로 가공됩니다.
① 내추럴 방식(건식) - 커피 열매를 햇볕에 건조시켜 강한 단맛과 과일 향을 얻습니다.
② 펄프드 내추럴(pulped natural) 방식 - 커피 열매의 과육을 제거하고 건조시키며, 더 깨끗한 맛과 적당한 단맛, 균형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3) 브라질 산토스 커피 등급
① 스크린 크기 등급(1/64 인치 기준)
원두 크기에 따라 스크린 19/64~16/64 인치까지 등급을 매기며 숫자가 높을수록 크고 좋은 품질의 원두입니다.
② 결점 등급
300g당 원두의 결점 수를 NY(뉴욕) 기준으로 NY 2~NY 6까지 등급을 나누어 평가합니다. 등급 번호가 높을수록 결점이 많은 낮은 품질입니다. NY 2 (뉴욕 그레이드 2)는 결점이 적은(4개 이하) 최고의 등급입니다.
③ 컵 프로파일(Cup Profile)
산미(Acidity), 단맛(Sweetness), 바디(Body), 클린컵(Clean Cup)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 스페셜티(Specialty) - 80점 이상으로 깨끗한 컵의 단맛이 강조됩니다.
● Fine Cup(FC) - 75점 이상이며 여전히 좋은 품질입니다.
● Good Cup(GC) - 70점 이상으로 대중적인 브라질 커피입니다.
최상급 산토스 커피의 원두는 브라질 특유의 견과류 맛과 부드러운 바디감이 특징이며, "Brazil Santos NY2, Screen 17/18, FC (Fine Cup)" 같은 식으로 표기됩니다.
(4) 추출 방법
부드럽고 균형 잡힌 특성으로 유명한 산토스 커피는 다양한 방법으로추춣하는데 적합합니다
① 에스프레소
초콜릿과 견과류의 맛이 풍부한 부드러운 크레마를 만듭니다. 이탈리아 스타일의 블렌드에서 흔히 사용됩니다.
② 프렌치 프레스
벨벳 같은 부드러운 질감을 제공해 주며 바디와 풍미가 돋보입니다.
③ 핸드 드립
V60, Kalita Wave, Clever Dripper 등의 필터를 이용한 추출은 깔끔한 맛과 달콤한 여운을 남깁니다.
④콜드 브루
브라질 산토스 원두의 낮은 산미와 높은 단맛은 매우 부드럽고 달콤한 콜드 브루를 만들어 줍니다.
5.브라질 산토스 커피의 매력
브라질 산토스 커피가 매력적인 이유는 우선 그 뛰어난 맛입니다. 너무 자극적이거나 강하지 않아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모두의 입맛에 친숙하며 아주 부드러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두번째로는 가성비가 뛰어난 경제성입니다. 브라질은 커피 원두의 대량 재배가 가능하므로 고품질의 원두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적응성이 뛰어나. 단일 원산지(single origin) 커피로서의 그 독창성은 물론 다원산지 블렌드에서도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맛의 조화를 균형있게 유지시켜 줍니다. 마지막으로 브라질은 세계1위의 커피 생산국답게 커피 생산의 시스템화가 아주 안정되어 있어 일관되게 품질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보장해줍니다.
이처럼 브라질 산토스 커피는 강한 개성보다는 균형과 중립성을 가진, 대표적인 부드러운 커피입니다. 이런 부드럽고 균형 잡힌 특성으로 에스프레소, 핸드 드립, 프렌치 프레스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밸런스가 좋고 독자적인 맛을 유지하면서도 품질 대비 가격의 경제성이 좋으니 주로 블렌딩 커피로 많이 쓰입니다. 블렌딩할 때 다른 커피의 맛을 부각시켜 주는 기본 커피로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역할을 많이 합니다. 이렇듯 대량 생산에 블렌딩 베이스로 쓰이다 보니 이 커피가 그 맛과 가치 대비 높이 평가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커핑 전문가처럼 입맛이 심사적이지 않고 많이 까다롭지 않다면, 특별히 커피의 명성에 따른 선입견을 내려놓는다면, 산토스 커피는 충분히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스페셜티 커피가 익숙하지 않던 시절에 명품 커피처럼 우리의 입맛과 기분을 호사롭게 했던 둥그렇고 모나지 않은 커피, 문득 오늘은 그 브라질 산토스 커피가 생각이 납니다. 마치 추억의 브랜드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