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나는 오래된 것들에 대한 묘한 정감과 끌림을 느꼈습니다. 그 옛날부터 남들이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낡은 우표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오래된 동전들이 나에겐 작은 보물처럼 보였습니다. 맥시멀리즘은 아니지만 그래서인지 손때가 묻은 무언가를 버릴 때는 많은 주저함과 망설임이 필요했었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희귀 기념품’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별함은 내 마음을 더 설레게 했죠. 그것은 흔히 볼 수 없는, 나만이 간직할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였으니까요.
희귀 기념품 수집 이야기
내가 처음 희귀 기념품 수집을 시작한 건 친구로부터 오래된 기념주화를 선물 받으면서부터였습니다. 그 주화는 50년도 더 된 것이라 했는데 알지 못하는 글자가 쓰여 있었고 반질반질해진 표면과 세월의 흔적을 담은 무늬는 마치 과거의 이야기를 내게 전해주는 듯했습니다. 그때부터 였지 싶습니다. 나는 물건에 담긴 ‘이야기’와 ‘시간’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소장 가치가 큰 물건은 아니더라도 나에게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물건에 대해서는 저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었습니다. 특히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갈 때면 어김없이 그 나라의 오래되거나 전통적인 것들을 구경하는데 흠뻑 빠졌습니다. 그곳이 시장이든 기념품 가게든 말이죠.
희귀 기념품이 주는 위안과 가치
희귀 기념품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시간의 조각’입니다. 그 작은 물건 하나에 수십 년, 혹은 길게는 수백 년 넘는 역사가 숨 쉬고 있으니까요. 한정판으로 제작된 물건이라면, 그 희소성으로 인해 더 큰 가치를 지니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물건 그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수집한 물건들 중에는 값비싼 것도, 유명한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그것들은 위안이고 기억이니까요. 내 방 한쪽에 조심스레 모아둔 기념품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나를 멈추게 하고,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줍니다. 특히 힘들거나 지칠 때, 나를 보고 그들과 함께 잠시 쉬어가라 말해줍니다. 그 물건들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안을 찾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희귀 기념품 수집의 의미
희귀기념품을 수집하는 것은 결국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어떤 순간에 감동을 받았는지를 물건을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나 자신과의 깊은 대화이기도 하죠. 하지만 희귀함, 희소성만을 좇다 보면 쉽게 잊는 게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물건이 내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느냐, 그리고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점입니다. 그것들은 희귀함을 뛰어넘는 소중한 시간의 가치이죠. 그 물건을 바라보면 그것을 취득했던 당시의 시간과 장면과 느낌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행복했던 기억에 얼굴엔 금세 미소가 피어오릅니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코로나 전에 라오스의 팍세 인근 돈 댓 섬에서의 일이 떠오릅니다. 해질녁에 시골 마을길을 산책하다 사찰에서(라오스는 논 가운데라든지 평야에 사찰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느 할머니 한 분이 기도를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노을 속의 그 모습이 발길을 붙잡을 만큼 너무 인상적이었거든요. 어느 순간 눈이 마주친 할머니는 내게 오라고 손짓을 하였습니다. 인사를 하고 미소를 띠며 다가갔더니 할머니는 주섬주섬 무얼 꺼내시더니 내 손목에 그걸 감아 주었습니다. 그것은 "바씨"였습니다. (그것이 "스콴"이라고 불린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마음이 담긴 희귀 기념품, '스콴'
처음 '스콴'을 받았을 때는 이게 정확히 뭔지 몰랐습니다. 다만 라오스 사람들이 거의 손목에 그걸 많이 하고 있었고 루앙프라방의 시사방봉 야시장에서도 몽족들이 수공예품으로 많이 팔고 있어서 눈에는 익은 물건이었지만요. 화려하거나 대단해 보이는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단순한 실뭉치나 작은 장식품 같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분이 나에게 '스콴'을 건네주면서 지어주신 따뜻한 미소와 인자한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무어라 말하셨는지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그 눈빛과 말 안에는 정말 깊은 마음과 축복이 담겨 있는 것을 느꼈거든요. 아마도 여행자인 내게 무사함과 축복을 빌어주셨을 겁니다. 그것은 라오스의 정과 따뜻한 마음, 그리고 어쩌면 나를 위한 작은 축복 같은 거였습니다. (그들은 이 의식을 "바씨"라고 부릅니다.) '스콴' 자체는 소박했지만, 그것을 통해 내가 느낀 감정은 정말 크고 특별했습니다. 그저 기념으로 돈을 주고 산 희귀 기념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그 고마움에 불교와 관계가 없지만 나도 모르게 부처상 앞에서 기도를 하고 시주를 하였습니다. 평범한 실뭉치가 할머니를 통해 내게로 와서 하나의 의미가 된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이후 내 여행 캐리어에 담긴 수많은 물건들 중에서 이 '스콴'이 단연코 가장 소중한 기념품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마치며
라오스에서는 그런 실로 만든 팔찌가 손님에 대한 환영과 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바씨 의식). 단순한 팔찌가 아니라, 그곳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인사와 축복을 전하는 작은 ‘의식’인 셈입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낯선 땅에서 누군가가 내게 특별한 의미를 담아준 그 정성과 따스함이 느껴져서, 그것은 오래된 시간과 희소성과 가격을 뛰어넘어 내게 여행의 의미를 더 깊게 해주는 희귀 기념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혹시 여행 중에 돈 주고 살 수 없는, 마음으로 받은 특별한 기념품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희귀 기념품이 아닐까합니다. 수많은 희귀 기념품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역시 내가 마음을 담아 모은 것들입니다. 희귀 기념품은 나에게 있어 ‘시간의 조각’이자, ‘마음의 위안’이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이 소중한 보물들을 모아가고 싶습니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나의 추억과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테니까요. 오늘도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들이 소중한 희귀 기념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